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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하이닥은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유형곤 원장과 함께 망막변성으로 인한 실명 예방 문제뿐 아니라, 백세시대 건강하게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매주 소개합니다.

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


흔히 눈 속을 우주와 비교하곤 합니다. 광활한 우주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작아 보이는 눈도 그 속에 우리 몸을 이루는 신경, 혈관, 분비샘, 심지어 근육까지 모든 종류의 세포가 있습니다. 따라서 백내장이나 망막 수술은 우주처럼 복잡한 눈 속에 생긴 병을 고치는 섬세한 작업입니다.

실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눈 수술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성찰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망막 수술과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중국 고전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온 공자님 말씀이다. 먼저 자신을 수양해야 집안을 잘 다스릴 수 있고, 그런 다음에야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까지 평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사를 다스리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어서, 그 단계를 밟아가야 원하는 목적을 제대로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말에서 방점은 처음에 나오는 '수신'에 있다. 천하를 평정하고 나라를 다스리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망막 수술에서도 그 순서가 중요하다. 망막 수술은 어떤 병으로 발생한 혼탁, 출혈이나 나쁜 조직 등을 제거하는 목적이 있는데, 수술 전에 먼저 그러한 병변이 왜 생겼는지 원인을 찾아서 치료를 해야 한다. 먼저 '수신'이 필요한 것처럼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해야 수술 후 재발도 막고, 망막 손상의 진행도 예방하며, 반대 눈도 보호할 수 있다.

"망막 수술 자체는 의사마다 큰 차이 없을 수 있지만, 원인 질환 치료와 관리는 경험이 중요"

60대 남자분이 안구 내 출혈로 한 쪽 눈이 갑자기 안보여서 망막센터를 방문했다. 반대편 눈은 수년 전 비슷한 증상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망막 신경 손상이 심해서 시력이 나쁜 상태였고,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망막 혈관 폐쇄가 진행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안과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구 내 출혈의 원인이 당뇨병성 망막병증이었는데 출혈만 제거하고 원인 질환은 소홀히 생각했던 것이다.

또 다른 50대 여자분은 황반에 막이 생겨서 제거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망막센터를 방문했다. 황반전막은 망막 중심에 해당하는 황반의 안쪽 표면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견인막을 말하는데 망막을 당겨 영구적인 신경 손상과 시력 상실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안구 내 염증이나 망막의 구멍, 황반변성이나 근시성 변성이 원인일 수 있다. 이 환자는 포도막염으로 인해 망막에 염증이 있었다. 수술 전 포도막염에 대한 치료를 하였고 황반전막을 제거한 후에도 염증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관절염처럼 포도막염도 오래가고 쉽게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황반전막이나 안구 내 출혈을 수술하기 전에 먼저 포도막염이나 당뇨병 등 원인을 찾고 치료를 하는 것이 성공적인 수술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다. 똑같이 수술을 잘 했어도 수술 전후 관리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수술하지 않은 눈도 원인 질환을 잘 치료함으로써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앞서 안구 내 출혈로 온 환자도 이전에 반대 눈 수술을 하면서 미리 레이저 치료도 하고 당뇨병도 좀 더 관리했더라면 두 눈 모두 큰 출혈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수신'이 필요하듯, 수술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먼저 병의 원인을 찾아 철저히 고쳐야 한다. 암 수술이 암 조직을 떼어내서 없애는 것처럼 망막 수술도 나쁜 조직의 혼탁과 출혈을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 그 자체로는 의사에 따른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망막 수술 전과 후에 원인 질환을 찾고 다시 재발되지 않게 잘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은 임상 경험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필자도 예전에는 수술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수술 자체는 문제없이 잘 되었는데, 수술 후에 망막이 좋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는 경우를 아직도 가끔 경험한다. 그럴 때마다 수술의로서 '내가 무엇을 놓쳤을까' 자문하고 또 반성도 하게 된다. '수신'을 강조한 공자의 말씀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글 = 유형곤 원장(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하늘안과 망막센터장)

[한국망막변성협회 '유형곤의 시투게더(Seetogether, Sitogether)'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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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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